※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이어 공간과 건축,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유현준 작가의 책 『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니다.

기획자, 마케터, 에디터 등 아이디어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잡생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죽자살자 일할 때는 컴퓨터로 작업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부 사항을 추가하는 등 디테일에 강한 일들이 효율적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정해진 시간에 창의적인 무언가를 뽑아내려면 마음만 급하지 제대로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취미로 쓰는 아마추어 작가나 전문 작가들 모두 평소에 갑자기 떠오른 소재나 글감을 적어 뒀다가 각잡고 썼을 때 만족스러운 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습관이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데 중요한걸까요? 우리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유명인의 일화를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바로 아이작 뉴턴과 사과나무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젊었을 때, 사과나무 아래서 쉬고 있다가 우연히 떨어지는 사과를 얼굴에 맞았고, 이를 고민하다가 만유인력, 중력과 관련한 이론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사과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저게 떨어질텐데'하며 만유인력을 생각한건 아닙니다. 그저 쉬고 있다가 얼굴을 내리친 사과에 열이 받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무 밑 그늘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우연한 기회에 반전을 주는 시점이 오곤 합니다. 그 순간은 대부분 아주 불편하거나 집처럼 편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공간과 구조에서 발생하곤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 교수는 이 지점을 주목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한 챕터를 이번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총·균·쇠』의 저자 제러미 다이아몬드가 말한 '지리적인 조건이 사람의 생각과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의견에 공감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책 『뇌의 배신』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빈둥거릴 때라고 한다. 이 명제는 문화 발생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주변의 문제들이 인간을 변화시켰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각기 다른 기후는 각기 다른 '환경적 제약'을 만든다. 이런 환경의 제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인간 지능의 노력이 '건축물'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난다. 비가 와서 지붕을 만들었고, 추우니까 벽으로 방을 만들고 온돌을 만들었다. 건축은 기후가 주는 문제에 대한 인간의 물리적 해결책이다. 7쪽
얼마 전 시골 군청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일화가 있다. 그에 따르면 도시 생활을 하다가 귀농한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농사일 자체가 아니라 마을 주민과의 관계라고 한다. (중략) 예부터 동네 빨래터에서 나오는 '평판'과 '왕따'는 벼농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따로 법정에 가서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이 어떤 사람의 행위가 사회 유지에 옳지 못하다고 하면 인민재판식으로 여론을 몰아서 처벌하는 것이다. 63쪽

뒤에 산이 있고 앞으고 강이 흘러야 대지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기울어지게 되고, 그래야만 비가 와도 배수가 잘 돼서 땅의 침하가 적고, 습기가 적어서 나무로 만든 건축물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 남쪽으로 기울어진 땅이어야지 단위 면적당 더 많은 햇볕을 받게 되고, 비가 온 후에도 땅과 건물이 잘 말라서 건축물이 더 잘 유지될 수 있다. 그래서 '배산임수'라는 풍수지리 원리가 나온 것이다. 76-77쪽
처음에 서양인의 시점으로 건물을 밖에서 바라보면 단청의 채도가 너무 눈에 띄게 높아서 거슬린다. 그러나 안에서 밖을 바라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어두운 실내에서 밖을 보면 자연은 밝고 처마 부분은 그림자가 져서 어둡게 된다. 이 떄 녹색과 자줏빛을 채도가 낮은 차분한 톤으로 칠하면 그림자 진 상태에서 칙칙해 보이고 자연과 건축의 경계가 명확해진다. 78-79쪽

서양 건축, 특히 종교 건축에서는 기하학적으로 점점 더 복잡하게 진화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반면 동양에서는 건축 양식의 진화라고 할 만한 양식적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동양 건축은 격자와 기둥에 기초한 공간 구조가 수천 년간 반복되어 왔다. 141쪽
전통적인 서양 정원은 이렇듯 기하학적인 패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경직성은 동양 문화의 영향으로 깨지기 시작한다. (중략) 이런 경향은 곧바로 정원 디자인에 반영되어서 기존의 기하학적 형태의 정원 디자인에서 야생 상태의 자연으로 환원시키듯 디자인하는 픽처레스크(picturesque) 정원 디자인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164쪽

선형으로 된 동선을 따라 걸으면 그 안에서 건축물과 자연의 관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건축물은 이렇듯 자연과 건축 간의 관계를 계속해서 전환시켜 주는 장치다. 317쪽
1970년대부터 건축은 다른 분야와 이종 교배를 시작하면서 혁신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다른 학문 분야'라는 새로운 개척지를 찾은 것이다. (중략) 이제 발견해야 할 신대륙은 대서양 건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 캠퍼스 내 다른 단과대학 건물이었다. 338쪽
기존 권력의 해체와 분산은 또 다른 종류의 문제를 만든다. 공간을 통한 권력의 재배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지 잘 지켜봐야 한다. 388쪽
글 = 변준수
사진 = 진명근(Workroom033)
※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이어 공간과 건축,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유현준 작가의 책 『공간이 만든 공간 :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입니다.
기획자, 마케터, 에디터 등 아이디어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잡생각은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죽자살자 일할 때는 컴퓨터로 작업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부 사항을 추가하는 등 디테일에 강한 일들이 효율적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정해진 시간에 창의적인 무언가를 뽑아내려면 마음만 급하지 제대로된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취미로 쓰는 아마추어 작가나 전문 작가들 모두 평소에 갑자기 떠오른 소재나 글감을 적어 뒀다가 각잡고 썼을 때 만족스러운 글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습관이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데 중요한걸까요? 우리는 아이디어와 관련해 유명인의 일화를 자주 인용하곤 합니다. 바로 아이작 뉴턴과 사과나무입니다.
아이작 뉴턴이 젊었을 때, 사과나무 아래서 쉬고 있다가 우연히 떨어지는 사과를 얼굴에 맞았고, 이를 고민하다가 만유인력, 중력과 관련한 이론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사과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저게 떨어질텐데'하며 만유인력을 생각한건 아닙니다. 그저 쉬고 있다가 얼굴을 내리친 사과에 열이 받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 겁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나무 밑 그늘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우연한 기회에 반전을 주는 시점이 오곤 합니다. 그 순간은 대부분 아주 불편하거나 집처럼 편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공간과 구조에서 발생하곤 합니다. 저자인 유현준 교수는 이 지점을 주목합니다.
유현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전작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의 한 챕터를 이번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총·균·쇠』의 저자 제러미 다이아몬드가 말한 '지리적인 조건이 사람의 생각과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의견에 공감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책 『뇌의 배신』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순간은 빈둥거릴 때라고 한다. 이 명제는 문화 발생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처한 환경과 주변의 문제들이 인간을 변화시켰고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게 됩니다.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글 = 변준수
사진 = 진명근(Workroom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