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2021년의 잠시 쉬었던 '파도의 시선'을 다시 시작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순서로 어떤 것을 추천할까 고민했습니다. 이번 책은 로컬숍 연구잡지 브로드컬리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입니다.

브로드컬리는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실제 삶의 모습과 창업의 명과 암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창업하지만 많은 사람이 폐업의 쓴잔을 마십니다.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출연한 JTBC <효리네 민박> 이후 제주 여행과 한달 살기, 퇴사 후 제주도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살이는 불과 2, 3년 만에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제주 살이'를 검색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담긴 영상이 가득합니다. 이런 와중에 브로드컬리는 2018년에 카페, 게스트하우스, 식당, 서점 푸드트럭 등 여러 형태의 창업을 통해 제주에 연착륙한 이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사 형식의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어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질문을 던지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질문으로 유도하는 셈입니다. 반면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적습니다.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고 제주 살이를 비추천하는 내용도 아니고 마냥 꿈에 부푼 의견을 적지도 않습니다.
낯선 곳에서 연고도 없이,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조퇴계 편집장은 한 인터뷰에서 "가게에는 운영자가 만들어 놓은 작은 우주가 있다. 작은 것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래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에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독자가 제주의 삶을 판단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분들 역시 스스로 결정한 제주 생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고요.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제주도에 처음 와서 싫었던 점이 있다. 카페나 식당 주인이 아무 때나 날씨가 좋다면서 문을 닫고,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면서 예정에 없던 휴무를 공지하고, 뭐 그런 식으로 감성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는 태도였다. 이제 와 이해되고 후회가 된다. 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 굳이 버티는게 맞는 건지 솔직히 고민이 된다. 제주도에 이미 카페가 너무 많다. 53쪽
이주와 여행은 결이 상당히 다르다. 여행자는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막상 이주해서 의식주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마주하다 보면, 사는게 다 똑같다는 걸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을 거다. 서울에서 건물이 없으면 힘들 듯이 제주에서도 세입자의 삶은 힘들다. 단지 물리적인 위치를 바꾼다고 삶이 저절로 변하지 않는다. 119쪽
아무래도 돈이 문제이긴 했다. 고정적인 수입의 유무는 삶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칠 테니까. 매달 월급을 받는 삶에 익숙했던 측면도 있고. 근데 막상 몸이 아파보니 돈이 우선순위가 안 되더라. 돈이야 없으면 빌리기라도 하지, 몸과 마음은 대출이 안 되니까. 143쪽
제주에서 작은 가게나 하면서 욕심 없이 살고 싶다고 희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제주도에 그런 생각으로 시작된 가게가 수도 없이 널렸다. 마음은 소소하고 싶겠지만, 경쟁은 소소하지 않을 거다. 295쪽
나 역시 이주하면 안 되는 이유만 찾던 때가 있었다, 이게 이래서 안 되고, 저게 저래서 안 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리로는 어렴풋이 알겠는데, 여태 살아온 관성 때문에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입으로는 힘들어서 죽겠다고 말하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쳇바퀴를 내려놓기가 어렵더라. 결국은 그게 다 어리광이었다. 진짜로 죽을 것 같으면 진짜로 관두면 되는 거였다. 311쪽
글·사진=변준수
※ [파도의 시선]은 더웨이브컴퍼니가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 '파도살롱'의 서가 이름으로, 로컬 크리에이터와 리모트워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을 소개합니다.
2021년의 잠시 쉬었던 '파도의 시선'을 다시 시작합니다. 새롭게 출발하는 순서로 어떤 것을 추천할까 고민했습니다. 이번 책은 로컬숍 연구잡지 브로드컬리 4호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입니다.
브로드컬리는 지역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실제 삶의 모습과 창업의 명과 암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하루에도 수백, 수천명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창업하지만 많은 사람이 폐업의 쓴잔을 마십니다. 가수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출연한 JTBC <효리네 민박> 이후 제주 여행과 한달 살기, 퇴사 후 제주도에서 창업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살이는 불과 2, 3년 만에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시들해지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제주 살이'를 검색하면 부정적인 평가가 담긴 영상이 가득합니다. 이런 와중에 브로드컬리는 2018년에 카페, 게스트하우스, 식당, 서점 푸드트럭 등 여러 형태의 창업을 통해 제주에 연착륙한 이주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기사 형식의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를 진행하는 인터뷰어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질문을 던지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 질문으로 유도하는 셈입니다. 반면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적습니다. 부정적인 답이 나온다고 제주 살이를 비추천하는 내용도 아니고 마냥 꿈에 부푼 의견을 적지도 않습니다.
낯선 곳에서 연고도 없이,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뛰어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조퇴계 편집장은 한 인터뷰에서 "가게에는 운영자가 만들어 놓은 작은 우주가 있다. 작은 것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래서 없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에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책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통해 독자가 제주의 삶을 판단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분들 역시 스스로 결정한 제주 생활을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이고요.
파도의 시선이 머문 문장
글·사진=변준수